●박지성, 안정환의 운동부 폭력 얘기
박지성
나를 때린 수많은 선배들에게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을지 몰라도 맞는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다만 후배라는 이유만으로 선배의 막대 세례를 감내해야 한다는 것, 축구를 하려면 부당한 폭력을 묵묵히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나를 괴롭혔다.
잘못 맞을 거면 100대라도 기분 좋게 맞았다. 하지만 어제는 그 선배에게 기분이 좋지 않았고, 오늘은 이 선배가 감독에게 혼났기 때문에 매일 밤 몽둥이로 맞아야 하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학창 시절 수없이 선배들에게 얻어맞으며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난 결코 어떤 일이 있어도 후배들을 때리지 않아.
그리고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켰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최고참 선배가 됐을 때도 나는 후배들에게 손을 댄 적이 없었다.
정말 권위 있는 후배가 되어 싶으면 실력으로 승부하길 바란다. 실력과 인품이 뛰어난 선배에게는 자연스럽게 권위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그동안 내가 뛰어난 선배들을 직접 경험해 얻은 교훈이기도 하다.어렸을 때 엄마 심부름 오천원짜리를 들고 나갔다가 떨어뜨린 날 저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엄마에게 맞았습니다.단 한방이니까 아프지는 않았지만 어머니는 그날 이후 며칠 동안이나 제게 대단히 미안하다고 하셨습니다. 축구부 합숙을 시작하면서 정말 정기적으로 매일 얻어맞는 저를 보면 아마 김이 빠졌을 겁니다.
●박지성 어머니가 박지성에게 보낸 편지보다
학창 시절 멍이 들 정도로 얻어맞고 들어왔는데 혹시 엄마 눈에 눈물 날까 봐 친구랑 부딪쳐서 그랬다며 쑥스럽게 웃던 속 깊은 너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아버지의 자서전 중
박지성은 초등학교 6학년 겨울방학 때 그 중학교 축구부에서 며칠간 훈련에 참가하면서 크게 앓았다. 분명히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무리 따져도 말을 하지 않았다. 여기저기 멍이 많아서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어도 신경 쓰지 말라고만 했다.
나중에 이유를 대지만 아빠, 저는 단체훈련 끝나고 개인훈련을 했어요. 그런데 선배들이 왜 너만 따로 훈련하느냐 다른 선수들은 쉬는데 왜 유독 너만 튀는 행동을 하느냐며 때렸어요.
이후 박지성은 원래 가려던 중학교를 가지 않고 집에서 멀리 떨어진 중학교로 간다.
아버지의 자서전 중
아버지, 저는 절대 수원공고에 가지 않을 겁니다. 3년 동안 화성에서 생활하면서 다시는 수원에 안 간다고 약속했잖아요.
지금 수원공고에는 나를 괴롭힌 사람이 모두 뛰고 있다.수원공고 1학년 축구부 동기들도 박지성을 싫어했으니 박지성의 마음고생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 간다.
수원공고에 다닐 당시 선배의 구타에 못 이겨 여러 선수끼리 팀을 이뤄 도망칠 계획을 세웠다. 당연히 박지성도 그 명단에 포함됐다.
그러던 중 D데이 며칠 전 훈련 뒤 선배의 구타에 박지성의 팔이 부러졌다. 어쩔 수 없이 박지성은 합숙소에서 집으로 돌아가야 했고 부상으로 축구부의 숙소 이탈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다.
수원공고 시절 박지성이 훈련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방에서 신음하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가 하고 문을 열어 봤더니 인기척 소리에 얼른
이불을 뒤집어쓰고 엎드려 있는 지성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왜?어디 아파요? 아니, 안 그래요. 그냥 좀 힘들어서... 별거 아니에요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생각해 이불을 들어올렸더니 세상에 무릎까지 바지를 걷어올린 부분에 시뻘겋게 멍이 들어 있었다. 지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바지를 내리고 엉덩이를 확인해보니 시뻘건 멍투성이였다. 운동하는 선수라면 훈련 외에 구타와 체벌은 덤으로 따라다니는 부분이라 나도 알면서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때 내가 직접 목격한 모습은 도저히 허락되지 않았다. 당장 학교로 달려가 지성이를 때린 사람을 붙잡아 야단을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때부터 지성이가 한국에서 축구를 하면 선배님들이 졸라서
또 줄을 서기를 좋아하는 일부 사람들의 사심으로 인해 제대로 크지도 못하고 주저앉을 뻔했다.
가끔 지성이는 그런 말을 해
만약 내가 맞지 않고 축구를 배웠더라면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박지성 축구센터를 설립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더 이상 아이들이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축구를 배우는 것보다는 더 나은 환경 속에서
축구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박지성 축구센터를 통해 어린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공을 차고 달리면서 희망도 함께 꿈꿨으면 한다.
차범근이 박지성 국가대표 은퇴 발표 후 쓴 글.
박지성이 은퇴합니다. 아니, 한대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무릎에 물이 많이 고이는 것 같아요.무릎을 너무 많이 쓴게 그 이유에요. 그것도 억지로 어려서... 작년 일인지 지성이가 어디선가 연설을 하면서 우리나라처럼 맞이해서 축구를 하는 나라는 없다고 했던 것 같아요. 더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었을 텐데 유달리 그 얘기를 했어요. 그 결과 오늘 우리가 가장 아끼는 최고의 선수를 서른 살에 은퇴시키는 아쉬움 앞에서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겁니다.
안정환





